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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4.22
조회
6194
제목
한진텐진호 선원 전원 안전구출(조선일보 기사)
내용

조선일보 입력 : 2011.04.22 03:01 / 수정 : 2011.04.22 08:37

배에선 AK소총 실탄 3발과 무수한 맨발 자국 발견
"무사합니까" 대원의 말에 "살았다" 선원들 환호성… 14시간 15분만에 사건 종료

21일 소말리아 해안에서 동쪽으로 740㎞ 떨어진 인도양 해상을 항해 중이던 한진텐진호에서 위험신호가 발신된 것은 새벽 5시 15분. 국토해양부 상황실과 부산의 한진해운 선박관리 자회사는 선박보안경보(SSAS)를 통해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았다.

신호를 보낸 한진텐진호는 스페인을 떠나 싱가포르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선원들은 큰 외부 충격을 받은 후, 해적의 공격을 직감했다. 20피트 컨테이너 6500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의 배엔 한국인 선원 14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6명이 타고 있었다.

21일 새벽 소말리아 해적에게 컨테이너선‘한진텐진호’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 있는 모형 컨테이너선 옆을 직원들이 긴장된 얼굴로 지나가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선박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던 국토해양부는 즉각 청와대, 외교통상부와 합참에 비상연락을 취했다. 지난 1월 '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해 낸 지 91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피랍이 의심됐다. 국제해사위성(INMARSAT)을 이용해 한진텐진호에 위성전화를 걸고 이메일도 보내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선박보안경보가 발신된 후, 30분쯤 지난 새벽 5시 45분 국토해양부 등으로부터 상황을 접수한 합참은 오만 샬랄라항 남쪽 해역에 있던 최영함(청해부대)에 긴급 출동 지시를 하달했다.최영함은 이내 540㎞쯤 떨어져 있던 한진텐진호를 향해 출발했다.

최고 시속 50여㎞인 최영함이 한진텐진호가 있는 곳에 도착하려면 10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던 합참은 소말리아 해역을 공동 경비하는 다국적 연합함대에 연락을 취했다. 마침 한진텐진호에서 140여㎞ 떨어진 곳에 터키 군함이 1척 있었다. 소식을 들은 터키측은 헬기를 띄우고 군함을 이동시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나타나는 한진텐진호 위치가 변하지 않아 배를 멈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김충민 기자 (클릭하면 이미지를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오전 8시 36분 터키 함정 헬기에서 연락이 왔다. "한진텐진호가 갑판에 불을 켠 채 서 있고 선상이나 주변 바다에서 해적·해적선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오전 10시 14분에는 터키 군함도 도착해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한진텐진호 선원과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 완전히 안심하기는 어려웠다. 정부는 한진텐진호가 쉽게 납치당할 만한 배가 아니란 점에 희망을 걸었다. 한진텐진호는 한진해운이 지난 2007년 2월 처음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한 신형(新型) 선박이었다. 선박 내부에 긴급피난처가 있어 공격을 받았을 때 선원들이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배의 덩치도 길이 304m, 폭 40m, 높이 25m로 큰 편이다. 다국적 함대는 수면 위로 나오는 부분 높이가 8m 이상이면 해적 공격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는데, 한진텐진호는 12 m 정도였다. 다만 긴급피난처는 근거리에 가야 연결이 가능한 무선통신(VHF) 장비만 갖추고 있어 교신이 불가능했다.

최영함은 선원들이 긴급 피난처로 대피한 것으로 보고, 최대 순항속도 시속 250㎞의 링스헬기를 띄워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오후 2시 30분쯤 한진텐진호 부근에 도착한 링스헬기는 "연돌에서 연기가 나지만 해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어 오후 4시 40분쯤 최영함도 현장에 도착했다. 해적이 매복해 있다가 우리 군이 도착하길 기다려 공격할 가능성이 있어 바로 한진텐진호에 오를 수는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위협사격·경고방송을 하면서 정밀하게 선상을 살폈다.

오후 6시 33분 16명으로 구성된 해군특수전여단(UDT/SEAL) 2개팀이 고속단정을 타고 한진텐진호에 접근해 사다리를 타고 갑판에 올랐다. 선교(船橋)에서 AK소총 실탄 2발 등 실탄 3발, 어지럽게 찍힌 맨발 자국들…. 여기저기 '피랍 미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긴급 피난처 앞에서도 AK 소총 실탄 1발이 발견돼 자칫 위기일발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 6시 40분쯤 한진텐진호의 조타실과 선교를 장악한 청해부대원들은 오후 7시 5분 긴급피난처안 선원들과 교신에 성공해 안전을 확인했다. 그래도 어딘가에 해적이 매복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오후 7시 10분부터 거대한 컨테이너선의 72개 격실을 하나씩 조사하기 시작했다.

'철컥', 오후 7시 30분 UDT/SEAL 대원들이 긴급피난처로 들어가며 "모두 무사합니까"라고 소리쳤다. 14시간 15분을 그 안에서 숨 죽이고 있던 선원들이 "살았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후 8시 반 드넓은 배 곳곳을 모두 수색한 끝에 '작전 종료'가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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